목차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이 중립국에 대해 행한 태도
전쟁이 일어나면, 온전한 중립국이 있었을까요? 사실 인류사에 전쟁이 발발하면 그 전쟁에는 전쟁을 시작한 국가와 그 전쟁 대상이 되는 국가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주변국들도 이러한 정세에 정치적, 종교적 이유로 전쟁을 시작한 국가들과 동맹을 맺어 전쟁의 규모는 한없이 커집니다. 하지만 모든 국가들이 이러한 전쟁의 혼란속에 빠지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어느 국가들은 그 어느때보다 의기투합하여 전쟁에 휘말려들지 않기를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고, 이러한 국가들은 중립국으로 주변국들에게 자신의 나라를 소개했습니다. 이 전쟁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전쟁의 과정속에 자신은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쟁의 혼란 속에서 중립국이 된다는 선언을 두고, 전쟁을 일으키는 국가들이 마냥 이것을 동의하지는 않았습니다. 때로는 오히려 그 중립국을 표방한 국가들은 강한 공격을 받기도 하고, 합병되기도 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의 네덜란드는 이러한 중립국과 유사한 케이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립국을 표방한 네덜란드였음에도, 1940년 5월 10일 나치 독일은 네덜란드를 침공했고, 로테르담 폭격이 이어졌습니다. 로테르담 폭격이 있고 하루만에 네덜란드군은 항복했고, 네덜란드 정부와 왕실은 런던으로 긴급히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실질적인, 명목적인 네덜란드의 수뇌부가 해외로 이전된 이상, 온전한 네덜란드만의, 네덜란드를 위한 민생 통치와 안전은 이루어지지 않고 나치 독일의 지배아래 있게 됩니다. 초창기에는 비교적 온전한 점령방식을 사용했으나 1941년 6월부터 1944년 6월까지 약 3여년간은 전쟁이 점차 심화되어 나치 독일은 네덜란드에 더 많은 분담금을 요구해 국민들의 생활 수준은 급격히 하락하게 됩니다. 네덜란드 안에 있는 유태인들도 탄압, 색출하여 강제 수용소로 추방되었습니다. 이후 전쟁이 끝날때까지 독일군은 네덜란드의 인프라를 파괴하기도 하는 등 후퇴 간 많은 네덜란드의 산업기반시설 및 기초생활시설들을 파괴하였고, 비록 1944년 하반기부터 연합군이 들어와 네덜란드 남부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지역을 해방시켰으나, 네덜란드 서부 지역과 북부 지역은 고통의 기근 속에서 겨울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시대상 속에서, 오늘 소개하는 '블랙북'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이야기는 실화에 근거하여 각색되었습니다.
죽음의 말로에서 살아남은 그녀, 레지스탕스의 일원이 되다
2차 세계대전 말기 네덜란드, 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만 전쟁속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는 유태인 라헬 슈타인과 그녀의 가족은 나치의 탄압을 피해 탈출을 준비하게 됩니다. 이 과정 중에 유태인 브로커를 만나 적지않은 비용을 지불하여 배편을 통해 안전한 곳으로 다른 유태인들과 탈출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야밤에 독일군의 눈을 피해 이동할 예정이었던 밀항선 앞에 독일군 순찰정이 들이닥쳤고, 순식간에 내뿜어진 기관총탄에 밀항선에 있던 모든 유태인들이 죽게 됩니다. 오직 이 독일군 순찰정이 도착하기 수 초전, 항로와 밀항선 선장의 이상한 기류를 느낀 라헬만이 독일군이 조명을 키고 기관총을 난사하려는 찰나 물속으로 뛰어들어가서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 끝에 독일군의 감시망을 벗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물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그녀가 본것은 밀항선에서 죽은 라헬의 가족들과 다른 유태인들의 시체의 옷가지와 가방을 뒤져 돈과 귀중품을 챙기는 독일군들의 잔악무도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한 독일군의 잔악무도한 모습을 보고 몸서리친 그녀는 조용히 수면 위에서 사라집니다.
모든 가족이 죽고 홀로 남은 라헬은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네덜란드 안의 레지스탕스에 합류하게 됩니다. 또한 레지스탕스가 되며 라헬은 유태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네덜란드인으로 보이기 위해서 금발로 염색을 하고 엘리스 드 브리스라는 가명을 갖게 됩니다. 가족을 죽인 것에대한 복수를 언젠가는 이룰 것이라는 다짐으로 그녀는 레지스탕스와 함께 하게 됩니다. 그렇게 몇개월이 흘러, 레지스탕스의 수장인 가벤은 그녀에게 한 임무를 제안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는 1944년까지 나치 독일의 점령하에 있었으나 산발적인 레지스탕스의 작전이 크고작게 수행중이었습니다. 1944년 연합군이 네덜란드 남부를 순차적으로 해방함에 성공하기에 앞서, 레지스탕스에게도 비밀리에 수많은 물자적인 지원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독일군의 눈을 피해 종종 연합군이 보낸 물자들을 거둬 관리하던 레지스탕스는, 물자 보급으로 받은 도청기를 네덜란드 도심 한복판에 있는 나치 본거지에 설치해 나치에 보다 체계적으로 대항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게 됩니다. 레지스탕스 베테란의 약혼녀 역할을 하여 도심으로 이동하는 것에는 엘리스 드 브리스가 적격이었습니다. 기차 안에서 몇번의 예상치못한 위기가 있었으나 순발력으로 훌륭하게 대처한 엘리스는 대담하게도 선내 검문을 피하기 위해 독일군 장교에게 다가갑니다. 독일군 보안국 책임자였던 문츠 대위는 그렇게 우연같이 다가온, 그리고 그의 취미인 우표 수집에도 호감을 갖고 말을 거는 엘리스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레지스탕스가 무기를 비밀리에 수송하던중 우연한 사고로 인해 수송이 발각되고, 이에 레지스탕스의 수장인 스벤의 아들과 지인들이 독일군에게 잡혀가게 됩니다. 독일군 점령시기에 연합군이 비밀리에 보내는 군수물자를 수송하다가 들킨다는 것은, 죽음은 시간문제일 만큼 중대하게 다뤄지는 문제였습니다. 이에 스벤은 기존의 작전을 수정하여 아들을 살리기 위해 문츠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엘리스가 다가가기를 권유합니다. 레지스탕스를 위해서라는 말에 엘리스는 이에 응해 문츠와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그와 함께 그녀는 독일군 기지의 보안국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고 보안국에 안전하게 도청장치를 성공하기까지 합니다.
모두가 도청기의 설치에 축배를 들고 도청내용을 감청하는 동안, 엘리스는 내부에 나오는 목소리가 그녀의 가족을 몰살시킨 주범들과의 대화임을 알게 됩니다. 분노한 엘리스는 레지스탕스에게 이를 설명하고 이러한 일을 주도한 주도자를 처벌할 것을 강권하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비롯한 일부 네덜란드인들은 독일군과 물밑 협상을 통해, 더이상의 레지스탕스 공격이 없다면, 더이상의 유혈사태를 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던 상황이었고, 주도자인 반 게인의 처벌을 시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습니다. 하지만 분노한 엘리스에게 그녀의 의견에 동조하는 몇몇 레지스탕스 지인들이 있었고, 그들과 함께 가족을 죽인 주도자 반 게인을 암살하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반 게인의 죽음으로 독일군과의 물밑협상이 갑작스레 결렬되자, 독일군은 다시 강경책을 강행하기로 결정, 스벤의 아들을 포함한 레지스탕스 범인 40명을 처형하기로 결정합니다. 아들이 몇일을 앞두고 죽을 위험에 처한 스벤은 레지스탕스를 통해 강제로 탈출작전을 감행하나 무슨이유에서인지 해당 작전을 알고있던 독일군에 의해 실패하고 스벤의 아들까지 죽게됩니다.
모두가 작전의 실패로 침울해있던 그때, 엘리스를 반강제로 말을 못하게 조치를 취하고, 미리 도청기의 존재와 위치까지 알고 고의적으로 엘리스가 레지스탕스를 속인 인물이라고 프레임을 씌우는 보안국 장교 프랑켄이 나타납니다. 한치앞도 예측이 되지 않는 전개속에서 엘리스는 사랑하는 문츠와 살아남기 위해 온갖 방법들을 물색합니다.
아시아에는 '색, 계' , 유럽에는 '블랙북'이 보인 여성 스파이 이야기
'로보캅', '원초적 본능' 등 할리우드에서 큰 족적을 남긴 영화들을 제작한 네덜란드 감독인 볼 버호벤의 2006년작 '블랙북'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실제로 일어났던 레지스탕스 내 유태인의 스파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1995년 '쇼걸'이 흥행과 비평에 모두 참패한 이후 할리우드에서 전성기 후 천천히 쇠락기를 맞던 폴 버호벤이 고국으로 돌아와 만든 '블랙북'은 다시금 그를 영화 필모 커리어에 재기에 성공하는 큰 계기를 마련해주게 됩니다.
2차 세계대전 기간동안 추축국의 고위층 인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스파이 역할을 한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것은 국내에서도 큰 흥행성적을 가진 2007년작 중국 영화 '색, 계'와 큰 흐름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영화의 국내 전반적인 인지도는 '색, 계'가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인에게는 다소 생소하게도 영화 내내 영어가 주가 되어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이 아닌, 네덜란드어와 독일어, 영어가 혼용되어 나왔기 때문입니다. 중국어가 나오는 중국영화는 대한민국 영화광으로써 많이 접해볼 수 있고 보는것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네덜란드어, 독일어, 영어가 혼용되어 나오는 영화는 전자보다 다소 관람하는 것의 접근성과 흥미도가 쉽게 채워지지 않는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극복하고 영화자체를 보면 상당히 스토리도 탄탄하고 짜임새있게 잘 만든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영국, 독일, 네덜란드에서 함께 제작한 영화로, 미국에서 만든 전통적인 할리우드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지만 당시 상당한 수작으로 인정되었던 영화입니다. 미국에서 제작한 할리우드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지만 이 영화에 출연하여 본격적으로 할리우드 영화에 커리어를 쌓은 배우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엘리스를 연기한 배우인 카리시 반 하우튼은 '블랙북' 이후 '카르페 디엠', '작전명 발키리', '블랙 데스'등에 출연하여 많은 전세계적 인지도를 쌓았고, 이후 HBO 흥행 드라마였던 '왕좌의 게임'에도 멜리산드레 역으로 등장하여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습니다. 문츠 대위를 연기한 독일 배우 제바스티안 코흐는 '블랙북' 이후 '언노운', '앨버트로스', '다이하드', '스파이 브릿지', '홈랜드'에도 출연하여 세계적으로 큰 인지도를 쌓았습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명품연기로 '블랙북'은 아직도 많은 영화팬들에게 2차 세계대전 속에 있었던 실제 스파이 스토리를 풀어낸 매력적인 영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시간 25분이라는 런닝타임에 '블랙북'은 국내에는 2007년 3월 29일 개봉했으며, 개봉당시 네덜란드 영화 중 가장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동시에 네덜란드 내에서도 가장 상업적으로 흥행한 작품이었습니다. 국내에는 청소년관람불가, 북미에는 R 등급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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