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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전 세계에 알리느냐
체르노빌 드라마 속 모든 에피소드 내에서 주역인 레가소프, 셰르비나, 호뮤크가 모두 가장 큰 고뇌속에 있습니다. 그들은 사건의 가장 최전방에서 사고의 진압을 위해 고군분투했고, 최후방에서 진실을 알기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자료들을 취합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에피소드 4에서 본격적으로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절대 터지지 않는다는 RBMK 발전소는 터질 수 밖에 없는 설계상의 결함이 있었다는 것도 확인합니다.
이 설계상의 결함을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모든 원자력 발전소에는 이러한 재앙급의 사고를 막기위해 여러 안전장치가 설계되어있으며, 그 안전장치들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적인 장치로 구성됩니다. 소프트웨어적인 안정장치는 시스템에서 원자력 발전, 가동 간에 비정상적인 상황, 진행등이 발견되는 경우 이를 작업자에게 알려 비정상적인 흐름이 중단되도록 알림을 주는 것이고, 하드웨어적인 안전장치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흐름이 더 악화되는경우, 소프트웨어적 안전장치로도 사태가 나아지지 않는 경우 강제로 물리적인 대비책이 강제 동원되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극한의 상황을 제어하기 위해 있던, 그러나 버틸수 없었던 설계
RBMK 발전소의 경우에는 실제 사고가 일어날 당시, 소프트웨어적인 안전장치가 작동했으나, 과도한 실험을 핑계로 경고는 무시되었습니다. 이후 하드웨어적인 안전장치가 쓸 상황까지 이르자, 아키모프는 망설임 없이 해당 안전장치를 사용합니다. 이는 물리적으로 제어봉을 움직이게 하여 핵융합을 멈추게 하는 것으로, 각각의 제어봉에는 각각의 행융합에 필요한 물질들을 제어할 수 있는 붕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피소드 2화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레가소프가 제안했던 초창기 진압책은 노심용융 현장에 붕소와 모래를 뿌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핵융합을 제어할 수 있는 물질이었습니다. 이 붕소로 이루어진 제어봉들이 핵융합위치와 가까이가면 출력이 낮아지고, 핵융합위치와 멀어질수록 출력은 높아집니다. 이 제어봉들을 이를 컨트롤하기 위해 있는 안전장치의 이름이 'AZ-5'입니다.
이 안전장치가 그럼 모든 안전사고를 0%로 막을 수 있는가? 그건 아니었습니다. RBMK 발전소가 지어질 당시 이 안전장치는 모든 핵융합의 진행을 일시에 멈추게 했어야 했지만, 붕소 제어봉을 완전히 뺐다가 다시 넣을때는 노심에 처음 닿는것은 붕소가 아닌 흑연이었던 겁니다. 제어봉 끝에 달린 흑연으로 인해 물과 증기가 제거되어 핵융합 반응성은 제어되어 줄어들기는 커녕 극도로 올라갔던 것입니다.
이를 소련 내부에서는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나기 10년전에 인지하였으나 묵인했습니다. 오히려 그 사실을 알리려 했던 과학자에게 불이익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레가소프는 사건 이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도 몰랐습니다. 이 결함으로 인해 재앙급 폭발이 일어나려면 정말 발전소의 발전 상황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야 하는데, 그 최악의 운영상황이 전개되고 AZ-5버튼이 눌릴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상황이 아이러니하게도 여러 악재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실제로 발생했고, 결국 초대형급 사고가 발생하게 됩니다. 사고는 소련이라는 국가만을 떠나 범 지구적인 문제가되었고, 소련의 막대한 도움속에서도 이 사고 하나의 파급력, 피해력은 어마어마 했으며, 같은 구조를 가진 RBMK 발전소는 소련 연방국가들 안에 16개가 가동중이었습니다.
진실의 딜레마
레가소프, 셰르비나, 호뮤크가 논의하는 고민의 핵심에 있는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KGB와 거래를 하여 이 사고를 단순히 근로자의 실수로 인한 사고로 설명할 것인가, 아니면 근로자가 상황을 극한으로 끌어갔고, 안전장치 또한 결함이 있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였다는 것을 폭로할 것인가. 이 사건의 최초 심각성을 보고한 레가소프는 모든 자리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로 이 사고를 세상에 설명해야 했습니다. 모두가 지켜보는 대표 책임자가 된 것입니다.
셰르비나는 관료제로 생활을 오래한 사람으로, 이러한 상황에서의 생리와 처세술에 능숙합니다.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의 목숨이 걸렸을 때, 도덕적 신념은 크게 개의치 않아지고 오직 필요한 진술만 이야기해야함을 역설합니다. 이것이 잘못되는 경우 최악에는 총살을 당할 수도 있기에, 적어도 그것만은 확실히 피하자는 것이 최고의 과제가 된 것입니다. 반대로 당시 양심있는 과학자들을 대표하는 인물인 호뮤크는 이러한 압력에 끄덕하지 않고 침착하게 피해를 입고 비극적인 죽음을 당한 이그나텐코와 그의 가족에 대해 말합니다. 아내도 아이를 출산했지만 방사능을 아이가 흡수해 곧 죽은 것도 얘기합니다. 여기서 호뮤크가 했던 말은 많은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나라는 엄마를 살리고자 아이가 죽는 나라입니다"
당시 소련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어머니 러시아'라는 표현이 있었고, 사고가 난 우크라이나는 당시 소련 연방의 구성국들 중 하나였습니다. 소련 연방이라는 큰 범국가적 차원에서 체르노빌 사고는 연방 구성국인 우크라이나에서 있었고, 이 피해를 소련연방 전역에서 해결하기 위해 오지만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방사는 그 자체의 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크라이나에서 받게 되었습니다. 만약 진실이 은폐되어 소련연방에 있는 16개의 RBMK발전소가 이 결함을 갖고있다 다시 사고가 발생한다면, 이러한 발전소를 가진 위성국들은 하나하나 스러질 것이고, 결국 살아남는 것은 '어머니 러시아'만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기억'
그렇게 결국 체르노빌에서 법정은 시작되고, 그들의 운명을 건, 그리고 인류의 운명을 건 진술이 시작됩니다. 사고의 긴박한 순간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예시로 표현해가는 셰르비나, 호뮤크, 그리고 레가소프의 장면은 요약된 글로 보시기보다 정주행을 해보시는 것이 더 큰 여운을 남기기에 추천합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12분이며, 이 에피소드의 제목은 '영원한 기억', 영문으로는 'Vichnaya Pamyat'입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정교회 장례식에서 불리는 찬송가라고 합니다. 에피소드 마지막 실제 인물, 사건, 상황을 설명해주는 음악의 마지막, 이 문구가 불려집니다. 엔딩 샷의 저너머에는 체르노빌 발전소가 보입니다. 참 여러 방면으로 생각할 거리를 주는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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