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웰메이드 미디어 리뷰/HBO '체르노빌' 깊이있게 파고들기

'전 인류의 행복' - 체르노빌 에피소드 4

by 부귀영화1등 2023. 9. 11.

목차

    반응형

     

     

     

    소련 전역에서 지원이 와도 부족한 절망적인 상황

     

      5부작인 체르노빌도 어느덧 막바지 에피소드로 가고 있습니다.

     

     에피소드 1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고 사고 직후 투입된 많은 인원들이 피폭으로 인해 하나둘씩 죽어가는 것이 묘사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장 사고당일 사고현장 최전선에서 일한 사람들은 죽거나 죽어가고 있었고, 그나마 영향을 덜받은 현장의 사람들도 대부분 사경을 헤메고 있으며, 행적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들은 현장에서 여러 방법을 총동원해 사고 현장의 완화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이미 1화에서 본격적인 사건의 심각성이 파악되기 전부터 군인들은 투입되고 있었습니다. 사고 이후 본격적으로 더 많은 군인들과 물자, 장비들이 동원되었고, 이제 군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징발되기 시작합니다. 직접적인 상황을 설명하는 언급은 없었으나 투입되는 군인만으로는 이 상황의 진화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여러 편집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 4에서는 사고가 난 후에 강제로 주거지가 이전된 사람들과, 사고의 영향을 받은 가축, 곡물들의 처리 등의 모습을 포커스해서 담는 모습이 보여집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덩케르크'에 나왔던 익숙한 배우 배리 키오건도 여기서 징발된 일반인으로 나옵니다.

     

     

     

    사람들은 대피, 동물들은 살처분

     

     가장 처음 나왔던 장면도 많은 관객들의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어쩌면 1, 2차 세계대전 영화에서 많이 보았을 법한, 군인이 일반인을 강제로 이동시키려는 모습이 나옵니다. 이러한 모습은 전쟁을 묘사하는, 특히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많은 영화에서 묘사되기도 했습니다. 한 소련 병사가 암소의 젖을 짜고 있는 할머니를 대피시키려는 장면에서 에피소드는 시작합니다. 계속 대피를 보채는 병사와 끝까지 암소의 젖을 짜며 그간 할머니가 겪었던 수많은 굵직한 사건들의 고충을 얘기하게 됩니다. 결국 병사는 그 할머니를 대피시키기 위해 암소를 총으로 쏘게 됩니다.

     

     단순히 상황이 급하니 대피를 위해 총을 쏜 것으로 볼 수 있는, 어쩌면 병사의 악의가 느껴지기도 하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이는 당시 어느정도 합리적인 이유에 기반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우유는 사람들이 방사능을 빠르게 피폭되게 하는 주요 경로중 하나였습니다. 사고 당시 넓은 환경이 요오드, 세슘, 스트론튬에 오염되었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소는 무게에 비해 표면적이 넓은 오염된 풀을 많이 먹었기 때문에 이러한 물질들이 소의 몸에 많이 농축되어 있어 마냥 할머니가 소의 젖을 짜게 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실제 2018년 말까지도 일부 지역에서는 젖소가 여전히 규제가 허용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방사능이 측정되는 우유를 생산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니, 당시에는 이 우유며 젖소가 어떠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임은 두말할 것 없었습니다.

     

     

     

    보드카가 과연 피폭 예방에 효과가 있었을까?

     

     에피소드 4화의 제목은 '전 인류의 행복'입니다. 이는 에피소드 내에서도 언급됩니다. 작중 파벨, 가로, 바초는 사고 인근지역의 동물들 살처분이라는 임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나날 중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때, 가로가 밥먹는 곳 뒤에 있는 건물에 적힌 선전글귀를 보고 나지막히 말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전 인류의 행복이다', 참으로 역설적인 상황속의 선전문구입니다. 

     

     이 에피소드에 주로 비춰지는 인물인 동물을 살처분하는 '파블'은 당시 사고로 인해 징발된 무고한 일반인을 대변합니다. 그리고 이 전쟁과도 같은 상황속에 버려져 인간성에 상처를 입게 됩니다. 당시 70만명의 사람들이 오염된 지역을 정리했음에도, 오늘날에도 많은 곳은 허용치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파블을 포함한 이들은 그곳에 징발되어 들어가 지금껏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방사능과 피폭이라는 것의 전쟁터에 떨어져 무의미와 직면하게 됩니다. 반복된 작업에, 어찌보면 윤리적이지 않은 일들을 해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습니다. 아니, 전혀 나아지지 않아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속에 징발된 사람들은 그들의 인간성에도 상처를 입게 됩니다.

     

     당시 이런 상황에 징발된 군인들의 업무 또한 상당히 과중했고, 큰 부하가 있었기에, 드라마 내에서의 묘사처럼 보드카가 그들에게 항상 무료로 제공되었다고 합니다. 그들의 고된 업무들로 인해 보드카를 제공해준것처럼 보이지만, 알코올은 방사선의 체내 축적물중 하나인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급된 것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치사량의 방사능이 그들이 임무를 진행하는 곳들 중 언제 어디에 얼마나 오염되었는지 알 수 없는 당시 현장에서는 이러한 보드카의 공급이 피폭을 막아주는 대는 큰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는 것은 다소 아쉬운 면이기도 합니다. 

     

     

     

    밝혀지는 사고의 내막, 그리고 진실

     

     셰르비나와 레가소프는 여전히 현장에서 발전소의 방사능 방출 확산을 막기위해 노력중이고, 호뮤크는 모스크바의 병원과 소련 내 도서관을 다니며 관련 증언과 자료들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에피소드 마지막, 비밀리에 프리피야트 내에서 셰르비나, 레가소프, 호뮤크가 만남을 가집니다. 이는 사고가 발생한지 약 8개월 가량이 지난 12월입니다. 이는 댜틀로프, 브류카노프, 포민을 법정에 세우기 전, 그리고 비엔나의 국제 에너지 기구에 레가소프가 가기 전입니다.

     

     그들이 이렇게 비밀리에 모인 이유는 단 하나, 지금껏 수집한 정보들로 사건의 진상을 알고 법정에 서기 전 진실의 딜레마에 대하여 논의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그들은 이 사건의 진실을 더 면밀히 알게 되고, 고뇌에 휩싸이게 됩니다. 호뮤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진실을 말하라고 하지만, 셰르비나는 필요한 만큼의 진실만 말하고, 상황을 개선시키기 어려운 진실은 감추라고 합니다. 이 상황속에서 그들은 살아남기 뒤한 선택을 해야했고 고뇌속에 빠집니다. 

     

     이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주역들의 내적인 고군분투의 묘사가 시작되고, 사고의 수습을 위한 또다른 주역인 징발된 군인과 민간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에피소드 4는 1시간 7분의 런닝타임을 가집니다. 많은 관객들이 특히 이번 에피소드에서 수많은 동물들이 살처분되어 매장되고 콘크리트까지 굳히는 모습을 보며 많은 충격을 받았었다고 합니다. 

     

    반응형